[전시]아픈 곳을 매만지던 손, 캔버스 위 ‘시간의 주름’을 잇다
- Culture Today

-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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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희 개인전 《시간의 주름-리좀적 망상》

타인의 통증과 질병을 다독이며 평생 치유의 삶을 살아온 약사의 손으로 처방전 대신 붓을 들었다. 자신과 세상을 향해 또 다른 방식의 치유를 건네는 전순희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주름 - 리좀적 망상(網狀): 자연의 균열에서 펼쳐지는 생성의 지형》이 2026년 9월 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중구 아트스페이스 노에서 펼쳐진다.
약사의 눈으로 포착한 ‘균열’, 상처에서 피어나는 빛
오랫동안 사람들의 아픔을 진단해온 작가의 시선은 세월이 빚어낸 자연의 '갈라진 틈'에 닿아 있다. 바위나 산의 균열은 단순한 흠집이나 파손이 아니다. 수억 년의 시간과 원초적 에너지가 겹겹이 응축되어 형성된 존재론적 지층이자 시간의 주름이다. "모든 것에는 갈라진 틈이 있고, 그 틈을 통해 빛이 스며든다"는 말처럼, 작가는 자연이 품은 상처와 균열을 캔버스 위에서 새로운 존재가 피어나는 미학적 통로로 전환한다. 약사로서 인간의 약함과 상처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온 작가이기에, 화면에 새겨진 균열은 절망이 아닌 '회복과 생성'의 숭고한 흔적으로 다가온다.
들뢰즈의 ‘주름’과 ‘리좀’이 그려낸 역동적 치유의 지형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면을 압도하는 거대한 산의 지형학이 철학자 질 들뢰즈의 '주름(Le Pli)'과 '리좀(Rhizome)'의 개념으로 오롯이 재구성된다. 작가가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 두터운 유화물감의 층은 개별 시공간이 응축된 물질적 주름이며, 화면을 가득 채운 화려하고 강렬한 기하학적 면들은 그 축적된 시간이 비로소 가시적 공간으로 드러나는 '펼쳐짐'의 순간을 상징한다.
화면 전면을 가로지르는 두터운 선들은 시작도 끝도 없는 '리좀적 그물망'을 구축한다. 중심이나 위계 없이 끊임없이 연결되고 교차하는 선들은 대지의 원초적 생명력을 담은 면과 비가시적 시공간의 울림을 전하는 면들을 마찰시키고 융합한다. 이번 전시의 기획을 맡은 주희현 아트디렉터(홍익대 겸임교수)의 지적처럼, 이 선들은 경계를 가르는 구획이 아니라 이질적인 에너지를 매개하고 번식시키는 '생동의 통로'가 된다.

파편화된 자아를 다독이는 거대한 울림… 가을, 산의 주름에 서다
전순희 작가가 불러낸 산은 단순한 관조의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복잡하고 고단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안고 있는 분절된 기억과 무수한 불안의 조각들을 거침없이 투영하고 어루만지는 '치열한 대면의 장'이다. 대지의 안팎을 교차하는 산의 주름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는 순간, 선의 맥박과 면의 침묵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장력 속에서 파편화되었던 자아가 하나로 통합되는 특별한 치유의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가을의 문턱, 중구 필동, 남산 한옥마을이 맞닿은 갤러리 공간에서 대지가 품은 선 굵은 장력과 따스한 치유의 온기를 직접 확인해 보길 권한다.
전시일정
전시기간: 2026년 9월 1일(화) ~ 9월 16일(수) 오전10시~오후6시
전시장소: 아트스페이스노(서울 중구 퇴계로36나길 30)
전시문의: 02-2666-1253
기사글: 조 이(문화예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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