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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지리에 대하여

  • 작성자 사진: Culture Today
    Culture Today
  • 3시간 전
  • 2분 분량

Art Geography Series 1


지리, 지리학이라는 말은 쉬운 말이 아니다. 예술, 문화예술 역시 썩 친숙한 말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솔직히, 있어 보이는 말-이다. 나는 이 두 단어, 지리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누구나 이 두 단어를, 두 단어의 만남을 사랑하게 되리라 믿는다.

 

이미지: 문화저널오늘 with AI
이미지: 문화저널오늘 with AI

그래서, 전공이 뭐에요?

내가 무얼 하는지 실컷 이야기한 후 다시 받는 단골질문이다. 사실 어느 전공 하나 내가 해오던 당시 썩 인기 만점 맛집 학문들은 아니었다. 문화예술경영도, 문화예술정책도. 지리학도, 교육공학도. 그래, 중요한 질문이야! 라고 하지만 지방의 작은 도시들에서 연극을 매일 보는 게 꿈이라고 했던 순진한 서울아가씨, 나이듦에 대해, 노년 시기에 경험하는 문화예술과 맥락을 탐색한다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외국인 풋내기.라는 현실적이며 강력한 편견 아닌 편견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항상 걱정스럽게 했었다. 그래서 무얼 하는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올라가는 길만 있을 것 같은 서울의 90년대를 청소년기로 살아온 나는 세상이 늘 스펙타클, 다이나믹했다. 무언가 하기만 하면 좋아지기만 할 것 같던 시기, IMF라고 불리우는 사건이 대한민국의 신바람에 태클을 걸었다. 사회적 위기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야말로 선진국이라는 결승선 앞에서 고꾸러진 것 같은, 적어도 청소년기의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회적’ 변화였다. 내가 알고 있던 세상, 믿고 있던 세상을 새롭게 읽어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노력하면, 최선을 다하면, 당연히 더 나아진다고 했었는데? 무엇을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이며, 나아짐이란 무엇인가. 질문이 복잡해져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 몸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누구나 나처럼 신바람나는 세계를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부끄러웠다.

 

왜 시골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노래를 듣기만 해도 기뻐야 하며, 하나 둘 떠나가던 마을들에 만들어지는 힙한 것들의 상륙에 무조건 감동해야 하는지. 만들기보다는 만들어져 가는 것들에 의존하는 거리들은 왜 어느새 사그라져 가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불편해 보이는 다양한 스케치들을 시도해볼 수 없는지. 예술지리는 그런 질문들을 할 수 있는 나의 개념적 놀이터이다. 그리하여 나는 '누구나 항상 꿈꾸고 있는 아름다움을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그런 곳'을 살 수는 없을까. 질문하게 되었다. 살기 위한 비명이 아니라, 멋지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그리고 그런 욕망은 어디에서나, 내가 머무르고자 하는 곳에서 어느 때나 당연할 수 있다면!

 

나에게 예술/지리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매우 지루한 엘리트적 단어의 조합 같지만 실은 매우 현실적이며 역동적인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이야기. 그래서 어색한 조합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말을 시도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그러했으면 좋겠다고, 우리의 삶이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곳이 어디이든,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어떤 행위나 믿음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살아가는 곳에서의 예술 그 자체, arts in place 이며, 이것은 예술지리- 예술이 구성해가는 살아가는 곳의 체계-이다.


글: 윤아영(예술지리연구소장, 홍익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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