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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alk & Critique] 이지윤 작가1

  • 작성자 사진: Culture Today
    Culture Today
  • 12시간 전
  • 2분 분량


도시에 남기는 예측 불가능한 전술의 이동궤적


1. The Newly Met World, 2025, 캔버스에 유화, 112.1×162.2cm.
1. The Newly Met World, 2025, 캔버스에 유화, 112.1×162.2cm.

한 사람이 남긴 발자국은 물리적인 이동의 흔적을 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개인의 역사와 존재 방식을 담지한다. 수많은 움직임이 축적되고 교차하면서 서로 뒤얽힌 걸음걸이의 경로는 이들과 공명해 온 공간의 의미를 다시금 회시한다. 이지윤이 마주한 도시의 지형은 다채로운 요소들이 혼재하는 가운데 의미의 무한한 다원성을 확보한 집합체로 구현된다. 작가는 보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를 감각과 기억이 중첩된 장으로 제시한다. 


작가가 그리는 도시는 오늘날의 풍경을 연상시키면서도, 특정한 시간과 장소로 지칭될 수 없는 공간이다. 절제된 구도와 색면으로 동원된 건축물의 골격, 골목을 가로지르는 전신줄은 익숙한 도시의 인상을 환기한다. 여기에 작가는 공간의 편린을 끌어옴으로써 안정된 구조에 균열을 일으킨다. 명료하고 객관적인 기표로 표상되지 않는 파편화된 공간은 도시의 풍경 속으로 침투하며 의미의 흔적이 해석될 여지를 만든다. 이로써 작품 속 화면은 무한히 다른 공간들이 중첩된 장으로 변모하며, 고정불변하고 굳건해 보이던 공간의 이면을 드러낸다. 그것은 곧 인식론적 단절로 점철되어 온 공간에 대한 이해를 지적하고 공간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향하는 미래적 가능성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물감을 찍고 흘리기를 반복하며 레이어를 쌓아가는 작가의 반복적 행위는 지표면을 다지고 인간의 터전을 형성하는 실천적 과정과도 상동하다.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관계의 총체로서 도시가 탄생하듯, 작가의 움직임이 일으키는 다양한 표현들은 도시와 인간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낸 정체성과 경험의 흔적을 상징한다. 과거부터 그러했고 미래에도 지속될 인간과 공간의 복잡한 층위는 작가의 작업에서 수많은 가능태로서의 사건과 기억들이 중첩된 서사적 장으로 대치된다. 작가가 선택한 추상과 형광빛 색채는 이에 대한 환유적 표현임과 동시에, 다원적 구조 속에서 예측 불가한 주체성이 발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우리를 잠식한 것만 같은 물신화된 운명으로부터 탈피한 작가가 자신의 시점을 전이, 공유하려는 시도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2. Starry Night, 2024, 캔버스에 유화, 65.1×100.0cm.
2. Starry Night, 2024, 캔버스에 유화, 65.1×100.0cm.

도시가 부과한 위압감과 무력감으로부터 벗어나, 이지윤은 주체적인 시선을 통해 긍정적인 공간을 그려나간다. 작가는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와 경험, 그리고 그 위에 축적된 시간들을 다시 조직함으로써, 우리가 익숙하게 인식해 온 도시의 감각으로부터 탈주선을 그린다. 무채색의 폐쇄된 도시가 주는 답답함에 머무르기보다, 일상이 축제처럼 열리고 지나온 시간들이 긍정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가짐은 화면 전반에 스며든다. 이로써 작가는 스펙터클화된 도시의 속도와 자본의 논리에 익숙해진 감각을 잠시 유보시키며, 복잡하게 얽힌 시공간의 층위를 다시 읽어낼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 공간이 품은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글: 정미현(독립기획자)


[Artist Talk & Critique]

작가와 작품을 단정하거나 선언하는 문장들, 혹은 작품보다 비평가의 해석이 앞서는 글들이 있다. 이 지면에서는 그러한 방식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작업의 기조를 규정하기보다 작가의 말과 작품 사이를 오가며 그 세계가 구성되는 방식을 되짚는다. 작품은 작가가 세계를 인식하고 다루는 방식에서 비롯되는 하나의 언어이며, 그 이면에는 언어로 온전히 환원되지 않는 개인의 감각과 태도가 놓여 있다. 작업은 결국 그 사람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글은 하나의 완결된 비평과 그 비평을 경유해 다시 읽히는 인터뷰로 구성된다. 비평은 작품과 작가를 면밀히 들여다보며 작업을 이해하는 하나의 경로를 제시하고, 인터뷰는 작업 과정에서 드러난 단서이자 흔적으로 다뤄진다. 작가의 작업 세계와 그것을 드러내는 언어,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비평의 움직임을 함께 살피며,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을 하나의 방식으로 기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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