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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캔버스에 내려앉은 도시의 '기억적 촉각’

  • 작성자 사진: Culture Today
    Culture Today
  • 2일 전
  • 2분 분량

이지윤 개인전 <지각된 물질>


어떤 풍경은 눈에 맺히기 전, 기억의 심상으로 먼저 다가온다. 코끝을 스치는 특정한 장소의 냄새, 피부로 먼저 감각되는 분위기처럼 말이다. 작가 이지윤은 이처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각된 풍경'을 캔버스라는 물질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다. 그의 생애 첫 개인전 <지각된 물질: Matter and Memory>가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노에서 막을 올렸다.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제3의 풍경'

이지윤의 작업은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시간론과 궤를 같이한다. 베르그송에게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현재가 아니라, 현재의 순간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의식 속에 보존되는 것이다. 작가는 카메라가 포착한 기계적 재현에서 벗어나, 작가적 시선에서의 과거 경험과 수만 가지의 세부 사항이 뒤섞인 '제3의 풍경'을 그려낸다. 우리가 익히 아는 서울의 번화가를 다루지만, 그 색채는 낯설고 강렬하다. 실제 서울의 풍경은 작가의 손끝을 거치며 점과 선, 색채라는 단위로 치환되어 전혀 다른 에너지와 분위기를 발산한다.

작품이미지_이지윤 제공
작품이미지_이지윤 제공

디지털 픽셀에 대항하는 '느린 이미지'의 미학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디지털 이미지와 회화 사이의 긴장감이다. 나노 단위의 화소(pixel)로 이루어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디지털 이미지와 달리, 이지윤의 화면을 채운 수많은 점과 선은 작가가 직접 몸으로 겪어낸 '실증적 정보'다. 원본을 편집해 없던 것을 있게 만드는 전지전능한 시대에, 이지윤은 역설적으로 '느린 이미지 생산가'를 자처한다.점을 찍고 선을 긋는 행위에 긴 시간을 쏟으며, 물감이 스며들고 쌓여가는 방식을 통해 축적된 시간의 궤적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이는 자극적이고 빠른 디지털 이미지가 주는 피로감을 넘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미지를 끝끝내 곱씹어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전시전경_아트스페이스노 제공
전시전경_아트스페이스노 제공

     

도시를 재구축하는 색채의 연금술

작가에게 도시를 그린다는 것은 곧 도시를 재구축하는 행위와 같다. 철골과 목재,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서울의 골목길은 그의 캔버스 위에서 색채로 번안되어 나타난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서는 전시장인 아트스페이스 노가 위치한 서울 중구의 지역성을 반영한 신작 <Wait for the season>(2026)을 선보이며 장소와 기억의 연결고리를 더욱 공고히 한다.

이지윤의 회화는 단순히 '예쁜 그림'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지층을 파고드는 집요한 노동의 산물이다.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곱씹는 시간'을 되찾고 싶다면, 이번 전시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정보]

전시명: 이지윤 개인전 <지각된 물질: Matter and Memory>

기간: 2026년 4월 13일(월) ~ 4월 29일(수) (일요일 휴무)

장소: 아트스페이스노 (서울 중구 퇴계로36나길 30)

관람: 오전11시 ~ 오후6시, 일요일 휴관(현장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기사: 김은송의 전시글(아트스페이스노 제공)을 바탕으로 문화저널오늘에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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