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화가의 창(窓):시간을 새긴 풍경

  • 작성자 사진: Culture Today
    Culture Today
  • 2025년 11월 17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5년 11월 19일

전순희 작가 캔버스 컬럼


작품이미지_전순희 작가
작품이미지_전순희 작가

돌산: 영겁의 시간을 새긴 실존의 거울

캔버스는 거칠고 장엄한 돌산의 풍경을 압도적인 힘으로 담아낸다. 두터운 유화 물감으로 빚어낸 바위의 질감과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하늘은 관람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자연의 재현을 넘어선다. 작품의 중심에는 ‘돌산’이라는 강력한 모티브가 자리한다. 작가에게 돌산의 갈라지고 쪼개진 표면, 깊게 파인 골들은 단순한 물리적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비바람과 풍파를 온몸으로 견뎌낸 상처이자,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의 질곡이 새겨진 흔적이다.

 

고통의 이입: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자연에 묻는 인고의 시간

친구가 보내온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작가 자신의 내면적 고통과 자연의 모습이 깊이 이입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즉, 바위의 굳건함과 그 안에 새겨진 상처를 통해 인간 실존의 무게와 인고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돌산은 또한 장구한 시간의 상징이다. 작가는 유한한 인간의 삶과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의 시간을 바위의 모습을 통해 사유한다. 바위는 수만 년의 시간을 켜켜이 쌓아온 거대한 기록물이며, 그 안에는 무수한 생명의 흔적과 역사가 압축되어 있다. 이 거대한 시간의 흐름 앞에서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느끼는 동시에,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는 자연의 숭고함에 주목한다. 작품 속 돌 산은 시간의 유한성과 무한성이 교차하고 응축된 하나의 상징적 존재이다.

 

독창적 조형 언어를 통해 꿰뚫어 본 시간의 에너지


작품의 주제 의식은 작가 고유의 시각적 언어를 통해 발현된다. 돌의 표면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다채로운 색을 발견한다. 눈에 비친 돌 산은 단조로운 회색 덩어리가 아니라, 푸른 빛과 보라 빛, 그리고 황토 빛이 뒤섞인 생명력 넘치는 존재이다. 이는  대상의 외피를 넘어 그 안에 응축된 시간과 에너지를 꿰뚫어 보고자 함을 의미한다. 두텁게 쌓아 올린 물감의 질감 역시 돌이 가진 육중함과 거친 표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그림에 촉각적 깊이를 더한다.

돌 산, 풍경화의 외피를 쓴 철학적 사유의 결과물이다. 이 작품은 구상 회화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조형 언어를 찾으려는 치열한 고민이 시작된 중요한 출발점이며, 앞으로 전개될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인 원형이라 감히 말하겠다.



글/작품: 전순희 작가


*화가의 창(窓): 캔버스를 통해 작가의 시선을 들여다보는 공간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