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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창(窓):경계의 유영, 존재의 재구성

  • 작성자 사진: Culture Today
    Culture Today
  • 10월 4일
  • 2분 분량

김정현 작가의 시각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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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현실과 가상, 있음과 없음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자아를 탐색하는 작가의 철학적 질문을 탁월한 시각 언어로 구현해 낸다. 디자인과 회화라는 이질적인 장르를 섭렵한 작가의 이력은, 이 작품이 단순히 전통적인 회화의 범주를 넘어 다층적인 의미를 생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캔버스 전체를 지배하는 초록색과 파란색 계열의 색채는 마치 자연의 풍경이 해체되고 재구성된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수직적이고 불규칙한 스트로크는 디지털 오류(glitch) 혹은 데이터 흐름을 연상시키며, 가상 세계의 비정형적인 질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전통적인 풍경화가 담아내던 "현실" 자연의 재현을 넘어, 디지털 매개된 환경에서의 "가상" 자연 혹은 혼성적인 풍경을 제시한다. 물감의 두께감과 겹쳐지는 레이어는 깊이감을 부여하며, 이는 현실과 가상이 중첩되고 투명하게 교차하는 현대적 경험의 은유로 읽힐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추상적인 배경 위에 명확한 형태로 배치된 두 개의 기하학적 도형이다. 좌측 상단의 보라색 직사각형과 우측 하단의 주황색 띠는 혼란스러운 배경 속에서 시선을 붙잡는 강력한 시각적 장치이다. 이 도형들은 가상 세계의 코드, 혹은 데이터의 정형화된 단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이는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배경 속에서 자아를 찾으려는 시도, 즉 스스로의 존재를 명확히 규정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도형들 역시 배경 속에 완전히 고정되지 않고, 그 위에 떠 있는 듯한 불안정한 배치를 통해 '있음'과 '없음'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유지한다. 보라색과 주황색이라는 강렬한 보색 대비는 시각적 활력을 더하며, 혼란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자아의 고군분투를 상징하는 듯하다.

이는 고정된 실체로서의 자아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동하는 자아의 모습을 경계가 허물어진 세계 속에서 탐색한 결과이다.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더 이상 정적인 답변을 요구하지 않고, "나는 어떻게 '되어가는가'?"라는 생성의 질문으로 전환되었음을 시사한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현실과 가상,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에 대한 사유를 촉발하며, 멈추지 않는 자아 탐색의 여정에 동참하도록 초대한다. 파편화된 이미지와 형태를 통해 오늘날의 존재론적 불안감을 드러내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희망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동시에, 디자인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 이 부조화 속의 조화가 존재의 재구성 과정이며 생명력일 할 것이다.


김정현 작가

현존을 좋아하고 지키고 싶은 작가. 대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경외하고 작품의 모티프로 삼지만, 현실 모방적 재현이 아닌 회화를 통해 또 다른 순수의 실재 세계와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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