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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너머의 만남: 런던에서 열린 예술의 대화

  • 작성자 사진: Culture Today
    Culture Today
  • 2025년 8월 2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5년 8월 30일


Royal Academy of Arts(로열 아카데미 오브 아츠) / 사진_장윤희
Royal Academy of Arts(로열 아카데미 오브 아츠) / 사진_장윤희

런던의 여름, 피카딜리의 로열 아카데미 오브 아츠(Royal Academy of Arts)는 늘 축제의 기운으로 물든다. 올해의 Summer Exhibition은 “Dialogues(대화)”라는 주제를 내세우며, 점점 더 갈라지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다시 이어줄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것은 단순한 시각적 충격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동시에 울려 퍼지는 ‘합창’ 같은 장면이었다. 수많은 작품들이 벽을 가득 메우고, 크기와 형식이 제각각인 작업들이 부딪히듯 나란히 걸려 있었다. 무질서해 보이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대화”라는 주제가 단지 말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 전시는 특히 건축을 회화와 조각, 설치 사이에 통합시켜 배치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건축은 더 이상 고립된 영역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과 시선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예술 장르들이 하나의 방에서 각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듯했다.


작품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제안했다. 어떤 작품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해 직접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드러냈다. 환경, 생존,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 날카롭게 제기되었다. 또 다른 작품들은 더 은유적이었다. 대비되는 색과 형태의 충돌 속에서 차이와 불일치가 오히려 공존과 아름다움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보여주었다.


Royal Academy of Arts(로열 아카데미 오브 아츠) / 사진_장윤희
Royal Academy of Arts(로열 아카데미 오브 아츠) / 사진_장윤희

내가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이 대화가 단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전시는 인종, 젠더, 문화의 차이뿐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다른 종(種)과 지구와의 관계까지 확장되고 있었다. 또한 예술은 과학, 정치 같은 다른 학문들과 손을 맞잡으며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었다.


전시장을 천천히 거닐며 나는 어느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거대한 화폭이 아니라 작은 작품 하나 앞에서였다. 화려하지도, 직접적인 메시지를 담지도 않았지만, 미묘한 색의 조율과 단순한 선이 오래도록 시선을 붙잡았다. 그 순간 나는 전시가 말하려던 ‘대화’의 본질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거창한 담론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감각이 조용히 맞닿는 순간의 경험이었다.


밖으로 나서니 여름 햇살이 눈부셨다. 여전히 세계는 분열과 갈등 속에 흔들리고 있지만, RA의 전시는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술은 여전히 우리를 한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고, 차이를 드러내되 그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으로 바꿀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이런 ‘대화의 예술’인지도 모른다.

 


글/사진 : 장윤희 (문화저널 오늘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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