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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alk & Critique] 이지윤 작가2

  • 작성자 사진: Culture Today
    Culture Today
  • 5월 18일
  • 3분 분량

시간의 레이어로 구성된 도시의 장


이지윤, <Urban Mosaic Symphony>, 2024, 캔버스에 유화, 116.8x80.3cm.
이지윤, <Urban Mosaic Symphony>, 2024, 캔버스에 유화, 116.8x80.3cm.


Q. 진행해 오신 작업들을 보면 특정한 거리 장면이나 골목의 이미지를 다루어 오셨습니다. 이런 이미지들이 하나의 경험에서 출발한 것인지, 혹은 여러 기억이 겹쳐지면서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작업의 출발점은 실제로 걸었던 거리에서 시작됩니다. 특정 장면을 마주할 때, 마치 영화의 한 프레임처럼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다만 그 이미지를 그대로 옮기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계기로 출발해, 그 위에 제가 느낀 감각과 인상이 덧붙여지며 점차 다른 방향으로 변형됩니다.

 작업 과정에서는 형태가 축약되고 해체되며 다시 단순화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장소성은 점점 흐려지고, 결국 기억과 감각이 겹쳐진 장면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화면 속 도시는 특정 장소라기보다 여러 시간과 경험이 포개진 상태에 가깝습니다. 


Q. 전신줄이나 간판 같은 요소가 화면을 가로지르며 등장하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이와 동시에 나뭇잎 같은 자연적인 요소나 인물, 반려동물 등이 함께 보이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A. 서로 다른 성격의 요소들이 한 화면에 놓일 때 오히려 균형이 만들어진다고 느낍니다. 인공 구조물과 자연, 생명체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과 완화가 서로를 보완한달까요.

 이 요소들은 특정한 서사를 만들기보다 감각의 밀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선이나 간판은 흐름을 만들고, 나뭇잎이나 인물은 그 흐름을 멈추거나 다른 방향으로 틀어줍니다. 각각의 요소는 독립적이기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화면의 리듬을 형성합니다. 


Q.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인데, 이러한 요소들이 실제 도시에서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시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A. 저에게 간판이나 전선, 건물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삶의 흔적이 축적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서로를 연결하고 흐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전선은 물리적으로 공간을 가로지르면서 연결하고, 간판은 그 공간 안에서 어떤 방향이나 의미를 드러내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해요. 건물 역시 그 안에 쌓인 시간과 사용의 흔적을 포함하고 있는 구조라고 느껴집니다.

 작업에서는 이 요소들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 기능과 감각을 중심으로 재구성합니다. 그래서 단순화되거나 기하학적으로 변형되기도 하고, 다른 요소들과 겹쳐지며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일상에서는 쉽게 지나치는 것들이지만, 작업 안에서는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감각으로 남아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작업실 전경_사진 이지윤 제공
작업실 전경_사진 이지윤 제공

Q. 여러 층의 흔적이 겹쳐진 화면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작가님께서 레이어를 쌓아가는 방식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물감이 흘러내리거나 튀긴 흔적이 화면 전반에 개입하는 시점도 보이고, 이로부터 신체의 리듬이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가 어떻게 개입되고 조율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작업을 마무리하는 시점도 궁금합니다. 


A. 큰 형상을 잡은 이후의 레이어는 대부분 작업 과정에서 결정되고, 쌓는 방식도 매번 달라집니다. 특히 색이 덧입혀지며 형태가 변형되는 예상 밖의 순간에서 흥미를 느끼고, 그 변화를 어디까지 유지할지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작업에서는 예측 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함께 가져가려 하고, 화면은 항상 열려 있는 상태로 진행됩니다. 물감의 흐름이나 튐 역시 사전에 계산하기보다 필요한 순간에 개입시키며, 드리핑이나 붓의 속도는 신체의 리듬과 연결되지만 완전히 통제하지는 않습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는 지우기보다 레이어를 덧입히며 조정하고, 흔적은 가능한 남겨둡니다.

 여러 층의 흔적이 겹쳐 보이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전체 흐름을 해치지 않는 한 유지하려 합니다. 필요할 경우에는 덮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또 하나의 층으로 남습니다. 작업은 화면의 밀도와 균형이 맞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마무리합니다.


Q.  이와 함께, 이러한 방식이 회화라는 매체 안에서 어떻게 작동한다고 생각하시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작업에서 나타나는 레이어나 흔적들이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를 넘어서, 회화라는 매체의 특성과 연결된다고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이미지를 만든다기보다는, 어떤 시간의 상태를 쌓아간다는 감각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화면 위에 남는 물감의 흔적들은 단순히 형태를 구성하는 요소라기보다, 작업 과정에서 지나온 시간과 선택들이 그대로 축적된 결과라고 느껴요.

 붓질 하나와 색을 덧입히는 순서, 그 위에 다시 덮거나 남겨두는 선택들이 모두 매 순간의 판단과 감각을 포함하고 있어서, 결국 화면은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여러 층의 시간들이 겹쳐진 구조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저에게 레이어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디지털 이미지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물감이 마르면서 생기는 질감, 예상보다 번지거나 멈추는 순간, 겹쳐진 색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생기는 미묘한 차이들은 제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지점에서 회화만의 생동감이 생긴다고 느껴요.

 저는 그 불확정성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화면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어떤 흔적은 남겨두고, 어떤 것은 다시 쌓아가면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결국 회화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작업에서 레이어나 흔적들은 단순히 보이기 위한 요소가 아니라 이 이미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드러내는 방식이자, 관람자가 그 시간들을 따라가볼 수 있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Q. 작업을 보면 시선이 한 지점에 머무르기보다 화면 안을 계속 이동하는 구조처럼 느껴집니다. 관람자의 시선 흐름을 의식하시는지, 그리고 작업을 이어오면서 혹은 최근 작업에서 스스로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는 지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시선의 흐름을 많이 의식합니다. 화면 가까이에서는 색채와 물감의 흔적처럼 기법적인 부분을 경험하고, 멀리서는 형상과 전체적인 밀도를 보게 되는 구조를 염두에 둡니다. 어느 거리나 각도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 화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초기에는 비교적 명확한 형상을 중심으로 작업했다면, 최근에는 그 안에서 변주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미지가 단일한 의미로 끝나기보다 여러 방식으로 읽히는 상태를 만들고자 하며, 레이어와 색, 구조를 통해 열린 상태를 유지하려 합니다. 완성된 결과라기보다는 계속해서 해석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로요.




인터뷰: 정미현(독립기획자)

인터뷰이: 이지윤

진행: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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