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극장을 나서야 영화가 시작된다

  • 작성자 사진: Culture Today
    Culture Today
  • 2025년 8월 20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5년 8월 30일

30주년을 앞둔 부산국제영화제의 현재와 미래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 전당 / 사진_김해니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 전당 / 사진_김해니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오는 2025년, 30주년을 맞는다. 1996년 첫발을 뗀 이래 부산은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작지만 권위 있는 영화제”를 표방하며 출범한 BIFF는 31개국 169편의 작품을 초청하며 1회부터 성황리에 영화제를 치렀고 이는 각 지역에서 ‘영화제’라는 지역문화축제가 생기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후 2007년 유네스코 펠리니 메달 수상, 2011년 전용관 ‘영화의 전당’ 개관, 2014년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지정 등 굵직한 성과를 쌓아왔다. 2004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무대에서도 입지를 굳혔다.

     


200여개의 영화제, BIFF만의 차별성


한국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영화제가 생겨났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KOFIC) KOBIS에 등록된 국내 영화제는 258개에 달한다. 그러나 수많은 영화제 속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닌 고유한 차별성은 분명하다. 그 답은 바로 ‘지역적 특색’에 있다.


제1회 영화제를 준비할 당시 가장 큰 장애물은 ‘부산’이라는 지역적 한계였다. 사실 국제영화제 창설 논의는 여러 차례 서울에서도 있었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데 서울도 해내지 못한 일을 부산이 가능하게 한 이유는 바로 이 도시가 가진 낭만과 강점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부산은 서울 이외에 국제공항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도시다. 해외 게스트를 초청해야 하는 국제영화제의 특성상 교통 인프라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특히 아시아권 게스트들이 많다는 점에서 부산은 ‘지방’이라는 한계를 전혀 느끼지 않게 했다. 더불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서 국제행사를 치르기에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고, 관광도시로서의 매력과 지역 기업들의 지지 역시 큰 힘이 되었다.


또 하나의 힘은 부산만의 ‘낭만’이었다. 제1회 영화제는 남포동과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열렸는데, 요트경기장이라는 이색적인 공간은 그 자체로 영화제의 상징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영화가 끝난 뒤 문 닫은 식당을 찾기 어려워 남포동 길바닥에서 술잔을 기울였다는 일화, 해운대 포장마차 거리에서 영화인들이 자연스럽게 합석하며 네트워크를 쌓아갔던 기억들은 부산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결국 이 지역적 환경과 분위기가 어우러져 영화제는 단순한 상영 행사를 넘어 도시 전체가 즐기는 축제로 확장될 수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 2023 동네방네비프 송정해수욕장 / 사진_김해니
부산국제영화제 2023 동네방네비프 송정해수욕장 / 사진_김해니

영화는 극장을 넘어 어디에나 있다


최근 영화산업의 지형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2023년 한국영화연감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영화산업 매출은 1조 7천억 원대로 전년 대비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2019년 최고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반면 웹툰, 웹소설, OTT 등 새로운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극장 중심의 구조를 흔들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러한 흐름을 선제적으로 수용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를 마련해 영화제의 외연을 확장한 것이다. 나아가 2021년부터는 ‘동네방네비프’를 통해 도시 전체를 영화관으로 바꾸었다. 김해국제공항 대합실, 동래향교, 송정해수욕장, 국회의원회관까지, 어디든 영화제가 열릴 수 있는 무대로 삼았다. 이는 영화가 더 이상 스크린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일상과 도시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극장을 나서야 영화가 시작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한 영화 상영의 장을 넘어섰다. 아시아 영화인의 네트워크 허브이자, 새로운 콘텐츠와 만나는 실험장이며, 도시 전체가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진화했다.

'극장을 나서야 영화가 시작된다'는 말은 BIFF의 오늘을 가장 잘 설명한다.

30주년을 앞둔 지금,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시 한 번 관객에게 묻는다.

영화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될 수 있는가.


글/사진 : 김해니(문화저널 오늘 편집국장)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