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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창(窓):새장, 자유의 역설

  • 작성자 사진: Culture Today
    Culture Today
  • 6일 전
  • 1분 분량

한 시인과 화가의 삶의 무게

내안의 나: 이미섭 작가 제공
내안의 나: 이미섭 작가 제공

“내안의 나”, 나의 그림에 붙인 제목이다. 흔히들 새장은 자유를 억압하는 공간으로 인식하지만, 나에게 그 새장은 나의 남편, 한 시인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은유이다. 그는 세상과 단절된 고유한 정신세계에 갇혀 있지만, 그곳에서만 비로소 시성이 발현되는 자유를 누린다. 세상의 쓸모를 묻는 현실 앞에서 시가 무용하다는 일부의 폄하를 감수하면서도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히 지켜나간다.

     

나의 그림 속 시인은 푸른 잔디와 척박한 흙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경계에 앉아 있다. 푸른 잔디는 이상이 존재하는 세계, 즉 시인의 정신세계이다. 그곳에서는 자유로운 새들이 날아다니고 하늘은 밝게 빛난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척박한 현실의 흙을 밟고 있다. 이 이분법적인 풍경은 나 자신을 투영한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예술가로서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의 무게를 동시에 견뎌야 한다.

     

우리 부부는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을 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고민을 공유한다. 그의 시를 읽으며 먹먹하고 짠한 마음을 느끼는 것은 그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며, 그 역시 나의 그림을 보며 같은 감정을 느낀다.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던 진심을 술기운에 털어놓으며 서로의 예술을 깊이 존중하고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새장 밖의 자유를 함께 느끼는 듯하다.

     

작품 속에서 보이는 땅과 하늘의 대비, 그리고 새장이라는 역설적인 공간은 결국 예술가로서의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는 가장 큰 위안이자 힘이다. 남편을 통해 나의 모습을 보고, 나를 통해 남편의 모습을 그리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며, 우리의 삶 그 자체이다.

     

글: 이미섭 작가

생활인 아닌 예술인으로만 살고싶고 오늘도 전업작가를 꿈꾼다. 자유와 고립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사상을 자신만의 표현으로 나타내 타인과 소통하려는 행위이자 언어로 예술을 이해하며 소통을 넘어 진심의 길을 잃지 않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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